2020 졸업전시 은메달리스트 김민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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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겸손하고 의례적인 표현처럼 들리시겠지만, 저는 이 상을 수상한 선배들이 어떤 분들인지 알고 그분들의 작업이 어땠는지도 봐왔습니다. 작업적인 면에서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던 저로서는 제가 수상하게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수상 직전까지 누가 받게 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제가 받게 되니 기분이 이상했어요. 뿌듯하고 감사하기도,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던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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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전개과정

3학년 2학기에 이동춘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예술장신구 수업 때 안경 작업을 시작했어요. 평생 안경에 의존해 살아왔고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보니, 자연스레 안경이라는 아이템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무턱대고 안경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논문도 읽어보고 브랜드 매장이나 쇼룸을 돌기도 했습니다. 안경을 소비할 때의 애정과 만들 때의 애정은 분명히 달라야 하니까요. 그러다 품질 좋은 안경이기 위한 여러 조건들과 아름답다고 추앙받는 빈티지 프렌치 모델들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조금 뜬금없이 반항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저도 근본 있는 디자인을 사랑하지만 그 외의 디자인들은 여러 매니아층으로부터 각기 다른 이유로 천대받거든요. 그래서 품질 좋은 안경의 기준을 결정짓는 요소들을 벗어나 저만의 구조를 만들고 싶어졌고, 제 안경은 현 시대에 아름답다고 추앙받는 유서 깊은 모델들과는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전체적인 이야기와 방향성이 정해지고 바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부자재가 접합되거나 첨가되지 않아도 기능하고 존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재료의 물성만을 이용하여 렌즈를 고정시킬 수 있어야 했고, 다리와 프레임이 연결되어 접히고 펼쳐질 수 있어야 했습니다. 금속만큼 이에 적합한 재료가 없다 판단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모델링을 진행했어요. 클립과 리벳을 이용해보기도 하고, 구조와 수치, 가공 방법을 수차례 바꿔가며 작업했습니다. 그러다 난발 구조를 변형해 렌즈를 고정하고, 금속의 탄성을 응용한 판스프링 원리로 다리를 접고 펼치게 되었습니다. 구조를 확정짓고 좀 더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다시 형태와 수치, 전체적인 비례를 손보았고 그 결과 지금의 구조를 갖춘 안경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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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시 시행착오, 어려웠던 점

경첩 구조를 완성하는 것과 그 구조가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금속의 강성과 탄성을 갖추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첫 번째 안경이 완성되기까지 여덟 달이 걸렸어요. 경첩구조를 해결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들었어요. 일일이 모델링을 해서 확인하고, 도면과 방식을 수정해서 다시 모델링을 하는 등 수십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만들고 보니 기능적으로도 디자인적으로도 장점이 없어 버린 구조들도 많았고요.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작업 전체를 갈아엎어야 했습니다. 이동춘 교수님이 이 구조를 해결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판스프링 구조를 생각해냈다고 해도 온전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거든요. 제가 가져온 여러 모델링에 대해 명확한 조언을 해주시기도 하고 작업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시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방향을 잡게끔 도와주셨습니다.
겨우 경첩 구조를 갖추고 나니 이젠 금속의 탄성과 강성이 문제였어요. 안경다리의 돌출부가 프레임에서 나오는 금속선을 긁으며 매끄럽게 지나가야 펼치고 접을 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기능할 텐데, 한 백번 정도 펼치고 접으면 헐거워지거나 표면에 손상이 생겼거든요. 그렇다고 면적을 키우자니 안경이 투박해지고 무게도 무거워지니까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텀블러로 마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모래 분사로 표면 마감을 해보았는데 충분한 탄성과 강성이 확보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용해 본 적이 적어서 모래 분사 방식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그 때 구조적인 부분이 거의 해결되었고 비례와 형태를 손보면서 지금의 안경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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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졸업전시를 준비할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우선 제발 사이좋게 지내세요. 서로 시샘하지 말고 잘 지내세요. 학우 간에 갈등이 생기면 제일 먼저 피곤해지는 건 같은 과실을 공유하는 여러분들이에요. 작업적인 부분이나 취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건 여러분의 처지를 잘 알고 이해하는 학우들입니다. 두 번째로는 제발 과대나 팀장 같은 친구들이 여러분의 협조를 구하는 일이 있다면 되도록 잘 협조해주세요. 뒤에서 번거롭고 귀찮은 일 묵묵히 대신해주는 학우들입니다. 남몰래 스트레스 많이 받는 친구들이에요.
세 번째는 교수님들이 작업적인 부분에서 해주시는 조언들을 흘려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기대하셨던 대답이 아닐 수 있겠지만 적어도 여러분들이 하는 작업에 한에서는 그러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곧이곧대로 다 수용하라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무언가 조언이나 제안을 하셨다는 것은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교수님들의 조언이나 제안이 여러분의 의도나 작업 방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땐 충분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 여러분의 의견을 교수님들께 말씀드리면 납득하시고 그에 맞는 피드백을 해주실 겁니다. 수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교수님들이 제 디자인에 대해 회의적이셨거나 혼을 내셨던 때를 돌이켜보면 대체로 준비와 고민이 부족했던 때였거든요. 디자인이든 작업이든 주체는 여러분들이고 그만큼 욕심을 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기사작성 : 전산팀장 3학년 윤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