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졸업전시 은메달리스트 김규리 인터뷰
■ 수상 소감
제가 20학번으로 입학했는데, 저희 학번이 일명 ‘코로나 학번’이었어요. 신입생 OT를 ZOOM으로 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OT 날 학회장 선배가 졸업 전시 오프닝 때 은 메달리스트를 뽑는다고 얘기해 줬어요. 아, 들은 그날부터 그게 너무 갖고 싶더라고요. 이제 와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가끔 작업하다가 힘들 때 졸업 전시 날 은메달을 받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하. 물론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런 동기보다는 순수하게 작업하는 재미에 푹 빠져서 열심히 하긴 했지만요. 그러다가 4학년이 되었는데… 이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같은 학년에 작업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졸업 전시가 가까워질수록 누가 받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교수님들께서도 한 명 고르는 일이 쉽지 않으셨을 거라 생각해요. 늘 한결같이 지지해 주신 부모님과 4년 간의 발전에 큰 도움 주신 교수님, 함께 울고, 또 웃으며 같이 작업해온 소중한 친구들 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 작품 설명 및 디자인 전개 과정
파티션은 부피가 꽤 있으면서, 어느 곳에 세워지거나 매달려 존재하는 가구입니다. 때문에 공간을 나누고, 가리는 기능 뿐만 아니라 그 자 체로 아름답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저런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한국의 보편적인 가정집 구조를 생각해 보면 부피감, 입체감이 큰 파티션은 사용하기 어려워 보였죠. 저는 오히려 이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평면적이면서도 입체감이 느껴지는 모순적인 파티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택한 방법이 바로 화지에 그림 그리듯 허공에 소실점을 잡고, 임의로 빛을 설정하여 나무의 색을 칠한 것입니다. 의도한 바가 잘 구현된 것 같아서 애정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번에 4학년 30명 전원이 의자를 만들어 전시했습니다. 의자만 30개가 나왔는데, 2024 졸업 전시명 그대로 정말 겹치는 거 하나 없이 ‘다-다른’ 의자들이었어요. 초반에 아이디어를 짜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작업하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농구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만화 ‘슬램덩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거라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여기서 더 나아가 농구공, 야구공, 테니스공에 있는 공통된 ‘ ) ( ‘ 이 곡선을 디자인 포인트로 잡고, 같은 형태를 색상만 달리 칠하여 3가지 버전의 스툴 다리를 만들었어요. 제 작품들 중 유일하게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눈알 장신구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사람이 겪는 불안을 시각화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지만, 저는 종종 남을 너무 의식해서 ‘내가 이렇게 했을 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불안이 있어요. 그래서 실제하지 않는 누군가의 시선에 대한 의식을 표현하고자 브로치 핀 장식을 눈알 쪽에 달았어요. 착용했을 때, 타인에게는 눈알이 보이지 않지만 오로지 착용자만이 눈알의 존재를 착용하는 내내 인지하고 있죠.
■ 제작 시 시행착오 및 어려웠던 점
파티션을 만들면서 특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크기가 커지다 보니 세우는 게 문제였는데, 튼튼하게 세우자니 디자인을 해치고, 디자인만 쫓아가자니 세우기 불안정해서 중간을 찾는 게 참 어려웠어요. 우리가 하는 작업이 이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기능과 미(美) 어느 것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저는 결국 이 둘이 잘 맞아 떨어졌을 때 설득력도 생기고 진정 아름답다고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겠죠.
■ 앞으로 졸업전시 후배들에게 할 말
‘졸업 전시는 30명이 같이 하는 거대한 팀플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졸업 전시를 준비하다 보면 여러분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갈등을 겪게 될 수도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다 같이 하는 일에 있어서 내가 무언가 일을 더 했을 때, 본인이 손해 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기꺼이 힘을 보태는 편이 나중 가서는 후회 없을 거라는 겁니다. 이건 정말이에요. 겪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졸업 전시를 하면 의지할 수 있는 건 내 옆자리, 앞자리에 앉아서 같이 작업하는 과실 친구들 뿐입니다. 서로서로 배려하고 힘을 합치면 충분히, 멋지게 해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