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승 + 5000도씨 협력기획전 – 단면집합체(單面集合體)

단면집합체 전은 2017년 졸업을 앞둔 금속공예과 김민승과 금속 3D 프린터를 개발중인 스타트업 5000도씨가 함께 준비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17년 2월 10일부터 12일 까지 총 3일간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는 5000도씨가 후원하였고, 김민승이 기획하였으며 ‘가능성’과 ‘변화’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노력하였다.

 

 

가능성

 

아직 5000도씨의 금속 프린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맨땅에 헤딩하듯 연구를 시작하고 자금을 끌어 모아 달려 온 지 이제 겨우 1년 6개월. 짧은 기간이지만 열심히 연구해 왔다. 이제 전문가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큼 연구가 진행되어 이번 전시에는 만족할만한 출력물을 선보일 수 있었다.

 

전시된 출력물들은 완성도 부분에선 아직 부족함이 보이지만, 금속 프린터를 통한 조형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큼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기존 금속공예 기법으로 만들기 어려웠던 형태를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의 방법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조형 할 수 있음을 선보인 것이다.

 

출력물의 소재는 스틸, 스테인레스 스틸, 알루미늄 등으로 금속 공예과에서 주로 다루는 은이나 동 소재보다는 산업 소재로 활용되는 재질들이 주로 사용되었다. 출력 시간도 평균 3~5시간 정도로 짧았고 출력 시 층층이 쌓이는 특유의 질감을 형성해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금속 공예과에서 주로 다루는 재료 뿐 아니라 금속공예 기법으로는 성형이 어려운 티타늄, 텅스텐, 전투기에 사용되는 금속인 인코넬(Inconel)등 다양한 금속도 다룰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조형 가능한 금속 재료의 영역을 확장하고, 앞으로 개발 될 신소재의 활용도 가능케 할 수 있어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화

 

이번 전시는 그동안 이루어지던 전시와는 다른 시도로서 주목해 볼 것이 몇 가지 있다.

그동안 금속공예과 내부에서 학생들의 모임을 위주로 이루어지던 전시들은 기존 금속공예 기법들의 숙련도를 늘리고 전시준비를 경험하게 하는 방법으로 좋은 사례들을 남겨왔지만, 전시의 목적과 결과물에 있어서 10년 전의 전시와 오늘날의 전시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전시는 ‘기존과는 다르고자’ 하는 것들을 모아 기획된 전시이다. 학생들과의 협업이 아닌 외부의 스타트업과 협업을 했고, ‘금속공예기법’에 수록되지 않은 조형방법을 제시하고자 했으며, 공예품으로서 완성된 물건이 아닌 조형 가능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형태를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서 ‘변화’하고 싶었던 이유는 4년간의 모든 작업을 마치고 쉴 시간이 찾아오고서야 깨달았던 나의 늦은 깨달음에서 시작되었다. 4학년을 마치고 그동안의 7년을 돌아보니 나의 작업은 나의 선배가 했던 작업과, 그 선배의 선배가 했던 작업과 무엇이 달라져 있는가? 싶었다.

 

나는 수업준비실에 보관되어 있던 10년 전의 도록을 펼쳐들고 작업을 바라보았다. 나의 작업은 그 때 만든 작업과 다르지 않았다. 뭔가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나 많은 작가님들이 활동하며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내고 있었음에도, 나는 몇몇 ‘검증된’ 금속 이외의 금속에는 도전하고자 하지 않았고 선배들의 시대에는 없었던 수많은 합금과 신소재에도 무관심했다. 다양한 재료가 연구되는 금속공예과에서 오히려 금속에는 무관심해진 것이다.

 

기술의 숙련은 자연스레 쓰는 금속에 한정된 숙련으로만 이어졌고 소규모로 시도되던 몇몇 금속에 대한 현대적 성형법도 그 성질이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변명을 해 보자면 새롭게 등장하는 합금과 신소재들은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그 가공법에 대해서도 기존의 금속공예 기법으로는 조형에 있어서 난색을 표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감히 학부생 수준으로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음이다. 게다가 당장 다음 주 과제 제출에 급급한 나에겐 이를 연구할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시도하더라도 이를 해결할 방법 없이는 미완성 작품과 함께 C학점만이 남았을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우연히 만난 스타트업이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게 해 줄 만한 방법을 제안해주었다. 나로서는 그동안 가졌던 궁금증을 해결할 기회를 얻었던 셈이다. 해답은 밖에 있었다.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힌트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곳에 ‘금속 공예 기법’에 실리지 않은 금속 공예 기법이 있을 것이고 거기서 우리는 과거와의 차별성을 얻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뭐라도 된 듯 글을 이어 왔지만 사실 나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를 잡았고

5000도씨에게 함께 달려달라고 부탁한 것에 불과하다. 다만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는 그동안 금속공예과를 다니며 느꼈던 모호한 질문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어느 정도 답을 얻었고, 이 전시 후기를 통해 내가 졸업한 이후의 학생들에게도 조그만 힌트 역할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같이 무사히 전시를 마쳐준 5000도씨의 멤버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김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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