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학기 3학년 과제전
2003년 6월 28일부터 3일간, 조형갤러리에서 3학년 1학기 과제전이 열렸다.
각 수업마다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든 과제들을 과제가 아닌 작품으로서 사람들에게 보이는 뜻 깊은 자리였다.
타 전공 학생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어 금속공예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케이크, 선물, 매듭, 포장, 깨끗, 하얀-01학번 양상현
케이크를 굽는다는 것..
누군가에게 대접하고 싶고 선물해주고 싶은 것..
케이크를 즐긴다는 것..
혀로 느끼지만 눈도 즐거워지는 것. 마음 또한 따뜻해지는 것..
케이크를 만드는데 한참 정신을 쏟는 동안 자연스레 도구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도구들을 쓰면서 새로운 기능을 덧붙이거나 기존의 기능을 개 선하면 안 될까 하는 의문점도 생겨났다.
그리하여 시작된 이번 작업은 케이크 슬라이서, 접시와 받침대를 어울리는 하나의 몸으로 만들었다.
정성스레 만들어진 케이크를 포장한다는 의미에서 묶는다는 ‘매듭’으로 장식의 효과를 주었다.
즉, 깨끗한 이미지의 정은에 주방용기로서 사용하기 적절한 면사로 묶어서 표현하였다.
기능을 우선으로 전개해나간 이번 작업은 기능이 디자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실감케 한 작업이었다.
재료: 정은, 스테인리스 스틸, 면사
죽은 이를 기억하라-97학번 이재호
죽음은 누구나 맞이하는 생명의 과정이지만 사람들은 죽음을 접했을 때 슬퍼한다. 하지만 슬픔은 본능이라기보다 교육되어진 감정이다. 처음 죽음이란 것을 가까이 접했을 때 나는 슬프지 않았다. 점차 자라면서 언제 슬퍼해야하는지 알 수 있었고, 죽는다는 것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그 당시를 기억해보면 슬픔을 느낀다. 과거와 현재에서의 교감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죽음과 관련하여나의 사고도 진화하고 있다.
이제 나에게 죽음은 대단히 슬픈 일로 인식되고 있으며 몇 주 전 할머니의 죽음은 감정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얼마나 나의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무관심한지를 알게 되었다.
전체적인 구상은 어린시절 기억이 주가 되었으며, 무관심한 고양이들과 슬픈 나의 교감을 나타내며,
이는 즉 나의 과거와 현재의 교감이기도 하다.
과거의 고양이는 평면에 머물러있으며, 나의 어린시절은 단순화되고 생략되어 보는 이가 일체감을 느끼게 하고자 하였다.
시간을 쌓다-00학번 이승민
과제를 하기위해 필요한 책을 샀다. 동대문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처음으로 손이간 1962년에 만들어진 낡은 책… 붉은빛 커버가 빛이 바래 푸르게 변해버린 누군가의 손 떼가 가득한 철학책이었다. 루소의 ‘고독한 산보자의 꿈’..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마른 꽃잎 하나가 내손 위로 떨어졌다. 책장속에 꽂혀있는 갖가지 꽃잎들과 구절구절 누군가가 읽고 또 읽어서 되새긴 듯한 밑줄들.. 아마도 예전의 이책의 주인은 이 책을 무척이나 아낀듯 했다.
눈이 자연스레 그 밑줄친 구절로 옮겨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느낌.. 뭔가가 내 안에 꽉 찬듯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책에는 루소의 경험, 가치관, 지식, 이념..그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쌓여있다. 이 책에는 40년전 이 책의 주인이었던 사람의 책을 읽고 느꼈을 감동과 그의 감성이 쌓여있다. 그리고 나의 생각 또한 쌓여 간다. 낡은 책 한권을 통해 무수히 쌓여온 시간속의 감동들이 내 안에도 쌓여간다. 책을 통해 시간을 넘어서 루소와 40년전의 누군가와 내가 교감을 한듯한 잊을 수 없는 새로운 경험.. 시간을.. 쌓다…
순결(숨길수 없는 비밀)-00학번 민지혜
성 순결 숨김 노출 달리의 한 작품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여성의 신체와 그 안에서 튀어져 나오는 서랍을 통해 여성의 깨져버린 신비를 표현하였다. 나는 그것을 순결이라고 받아들였고 그 작품과 이면에 담긴 철학을 상당히 흥미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작업을 하게 된 동기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무언가 거창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한 작업과 나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한번쯤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성 순결 숨김 노출 달리의 한 작품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여성의 신체와 그 안에서 튀어져 나오는 서랍을 통해 여성의 깨져버린 신비를 표현하였다. 나는 그것을 순결이라고 받아들였고 그 작품과 이면에 담긴 철학을 상당히 흥미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작업을 하게 된 동기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무언가 거창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한 작업과 나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한번쯤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전체적으로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을 의도하였다. 순결을 상징하기 위한 도구로 알을 선택하였다. 아직은 세상에 나와 보지 않은 그 무엇이 알 안에는 담겨져 있다. 그것은 쉽게 깨져버릴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레 다루게 된다. 여성의 신체를 나타내는 선들이 그 알을 감싸고 있다. 소중히 받치고 무엇으로부터 숨기려 하지만 그 선들은 결코 알은 감쌀 뿐 숨기지는 못한다. 결국 그 알은 세상에 훤히 노출되어 있다. 순결함을 가지길 희망하고 그것을 미덕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미 그것을 가지기는 힘들고 가진다 한들 지키기는 더욱 힘들다. 처음 여성의 신체의 일부를 보여줄까 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너무 직접적이 될 것 같아 지금의 형태를 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작업이 너무 추상적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처음 12개의 선을 사용해서 작업을 하였는데, 형태가 너무 안정적이고 새장 같은 이미지가 강해 5개로 바꾸게 되었다. 선의 개수를 줄인 것은 효과적 이였다고 생각하지만, 좀더 흥미로운 형태도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성해 본다.
과제전을 열며…..
3학년의 학기를 마치면서 수많은 전공에서 배운 것들과 3학년 학생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모두가 바쁘고 해서 동네잔치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적은 인원이라도 한 자리에 모여 작업한 것들을 보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과제전을 처음으로 하는 관계로 여러 가지 실수도 있을 것이고 작업들이 미흡한 점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제전을 하는 동안에 그곳에 오셔서 이러이러한 것들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 한 마디 해주시는 것이 저희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함께 감상하시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