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조형체전

<2007‘조형체전>

2007년 5월 11일. 체육대회를 열기에 알맞은 화창한 날씨에 조형대 6개 과들의 가장 큰 축제인 ‘조형체전’이 열렸다. 오전에 해오름식에 이어 체육대회, 그리고 조형체전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서로 다른 과들의 안무를 보면서 우리 과에 자부심을 느꼈고, 선후배 사이와 동기들 간의 공동체 의식과 끈끈한 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5월 11일. 학기 초에는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그 날이 왔다. “조형체전.” 우리가 그렇게 기다려 왔던 날이다. 날씨는 눈이 시릴 정도로 화창했고 오전에는 해오름식을 하며 올 한해의 안녕을 위해 6개 학과들이 모두 모여 조형대 앞에서 기원을 한 뒤, 우리 과는 노바스코시아 미술대학에서 오신 캐나다 교수님의 강연이 있어 강연을 들으며, 보다 유익한 오전시간을 보냈다. 강연이 끝나고 30분여의 시간동안 1학년들과 2학년들은 그 짧은 시간동안 짬을 내어 퍼포먼스 연습을 했다. 정말 마지막 연습이니까 중요하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줄도 안 맞고 동작도 안 맞는 나에게 화가 났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잠깐의 마지막 연습을 끝낸 뒤 우리 과도 체육대회를 함께 즐기기 위해 운동장으로 향했다. 축구와 피구, 농구 등 모든 종목이 예선에서 좌절되어 우리에게 남은 것은 단체줄넘기와 줄다리기, 계주뿐이었다. 하지만 남은 기대도 잠시… 안타깝게도 모두 이기지 못해 아쉬웠고, 그만큼 모두의 기대는 퍼포먼스로 돌아갔다. 3시. 우리는 3시부터 퍼포먼스의 분장을 시작했다. 6개 과중에서 우리 과가 첫 번째 타자. 그만큼 우리는 당당해야 했고, 자신감을 가져야 했다. 우리 과의 이번 분장 컨셉은 호러스러운 분위기의 좀비 컨셉이었다. 의상은 앞면은 검은색, 뒷면은 금색으로 앞뒤의 색이 다르고 주름이 잡혀있는 예쁜 의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차갑고 푸르스름한 느낌을 좋아하다보니 분장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하늘하늘한 의상을 입고 메이크업을 하고나니 좀 더 자신감이 생겨났다. 분장이 끝나고 시간이 좀 남았을 때, 선배님께서 음악을 틀어주시면서 박자를 익히라고 하셨는데 그때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서로가 안무를 봐주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고치며 마지막 정리를 했다.

 

 

 

 

5시 50분경, 모든 과가 조형대 앞에 모여 체육관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의상은 가리고 있는 과들도 있었지만, 얼굴은 다들 가리지 못하니 서로 메이크업을 견주어 봤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과 메이크업과 의상이 가장 독특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상이 남았던 분장은 얼굴에 파란 세모를 그린 시디과였고, 노출이 심한 의상이 있는 과도 있어서 노출이 적은 우리 과의 의상이 더 좋게 느껴졌다(사실 안심했다). 과들이 모두 모이고 체육관에서 준비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모두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드디어 우리가 한 달 동안 고생한 노력의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 다가왔다. 선배님들과 우리 1학년들은 체육관 정문 앞에 모여 “금속공예 파이팅!!!”을 외쳤고, 구호가 끝나기 무섭게 안으로 이동했다. 체육관 안은 깜깜했고, 주변의 함성소리가 우리를 애워쌌다. 하지만 우리는 함성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한 달 간의 힘든 연습과 음악만 들으면 저절로 움직일 정도로 몸에 익힌 안무, 선배님들이 항상 우리에게 하셨던 말씀들이 다른 이들의 함성보다 좀 더 크게 들렸고 크게 느껴졌으니까. 우리가 긴장감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오프닝은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연습 때는 그렇게 되지 않던 몸에 힘을 주는 것과 줄이 딱딱 들어맞았다. 오프닝이 끝난 뒤 울려 퍼지는 첫 번째 메인 테마 ‘Ramalama Bang Bang’이 흘러나오자 우리는 모두 좀비가 된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이크업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동작들이었고 우리는 음악에 몸을 맡겨 거의 본능적으로 춤을 추었다. 두 번째 메인 테마인 ‘베토벤 바이러스’가 이어져 나왔고 우리는 빠른 비트에 맞춰 이 곡의 중요 부분인 도미노 안무를 힘차게 해냈다. 도미노 동작이 연습 때와 달리 딱딱 맞았고,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함성소리에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엔딩곡을 아름답게 끝마치고 우리들과 선배님들은 모두 체육관이 떠나갈듯 큰 환호성을 지르며 나왔다. 선배님들은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고 우리보다 더 많은 마음고생을 하신 선배님들은 우는 분도 계셔서 우리의 마음을 찡-하게 만드셨다. 그 길다고 느꼈지만 짧았던 한 달 동안 쌓인 마음과 힘들었던 것들이 한 번에 날아가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공연들이 모두 끝나고 우리 과는 모두 썬큰에 모여 고기와 술을 즐기며 선후배와 동기들 사이에서의 회포를 풀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믿었고, 무대의 놀라운 위력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며 광란의 밤을 보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평생 간직할 한 달 동안의 기억과 2007년 5월 11일 조형체전의 퍼포먼스를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얻었고, 동기들과의 강한 유대감과 선후배간의 정을 굳힐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했다.

 

1학년 안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