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조형체전
<2008 조형체전>
파스냄새와 땀 냄새에 취해 열심히 연습한 우리에게 드디어 2008년 5월 10일 조형체전이 왔다. 평범한 대학생활과는 달리 멋진 공연을 준비 할 수 있었던 것이 흥미로웠고, 선후배 사이와 동기들 간의 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작년에 비해 짧아진 공연시간과 연습기간에도 불구하고 모든 과들이 멋있는 공연을 보여주었다.
쌀쌀하게 바람이 불던 이 날에 우린 10시에 조형대 입구에 모여서 해오름식을 한 후 우리 금속공예과와 공업디자인과의 축구 결승을 응원했다. 결승을 응원하는 내내 우리는 혹시라도 우리의 퍼포먼스 동작들을 잊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머릿속에는 퍼포먼스 동작을 그리며 입으로는 ‘강철금공’을 계속 외쳤다. 축구결승을 패하고 연달아 피구결승도 패한 우리는 해가 화창하게 뜬 오늘 우리의 퍼포먼스가 실패할 전초단계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조형대학교 계주달리기 전에 지하주차장에 모여 다시 한 번 우리의 동작을 맞추어 보았다. 너무 긴장해서 일까? 우리는 거듭 실수를 하고 선배님들에게 잦은 잔소리를 듣고 마음 졸이며, “제발 잘하자.”를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마지막 연습을 하였다. 마지막 연습이 끝난 후 우리는 계주 응원을 했다. 오전과 오후에 연일 졌던 것을 이번 기회라도 이겨서 우리들의 퍼포먼스가 성공으로 이뤄지는 전초단계가 되길 바랐다. 처음에 의상디자인과에 뒤져 2등으로 달리던 우리는 차츰 따라잡기 시작했고, 결국 믿기지 않는 우승을 하게 되었다. 그때, 모두가 결승선에 달려 나가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낑낑대며 오시는 3학년 선배님을 목 놓아 응원했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그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달려(?) 오시는 선배님의 모습이 어찌나 멋있고 자랑스럽던지 눈물까지 찔끔 났었다. 1,2,3,4 학년이 모두 합쳐 만든 우승이기에 더욱 더 의미 있고 벅찼던 것 같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왔다. 우리는 모두 과실로 돌아가 분장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낯설고 새로운 광경이었다. 평소엔 볼 수도 없었던 무대의상을 입고, 우리의 얼굴은 차가운 물감으로 분장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아이들 한명 한명이 모두 멋있었다. 우리가 예술 그 자체로 변신해 나가는 것만 같아 설레고 두근거렸다. 분장 도중 서로를 보며 낯설음과 즐거움에 웃음이 나왔지만 혹시라도 분장이 번지기라도 할까봐 우리는 웃음을 꾹 참았다. 생각보다 모자랐던 일손에 2학년 선배님들을 도와 우리의 서툰 솜씨를 보태기도 했다. 서둘러 분장을 마치고 체육관 앞으로 이동하니, 이미 많은 타과생들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의상이나 분장을 힐끔거리는 모두를 보며, 우리가 같은 ‘조형대’ 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짙은 분장 탓에 자세한 표정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말없이 감도는 긴장감에서 어떤 표정일까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마음 한켠의 떨림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렇게 긴장과 웃음의 짧은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덧 첫 공연을 마친 타과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왔다. 우리 금속공예학과의 공연 순서는 세 번째였다. 두 번째 공연 역시 눈 깜짝할 새 시작됐고, 우리의 귀에는 웅웅거리는 음악소리만이 들려왔다. 멀고도 가까운 저 체육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였다. 자신을 믿고, 동기를 믿고, 지금까지의 노력을 믿고 나아가는 것 뿐 이었다. 선배님들의 눈물 어린 격려 속에서 우리 금속공예과 새내기들은 어둠속으로 출전 아닌 출전을 했다. 연습기간 중 몇 번이나 떠올렸던 대열을 기억하며 하나 둘 자리를 잡자, 퍼포먼스 단장을 맡으셨던 김지혜 선배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흥분과 환호 속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음악이 흘러 나왔고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두운 조명 탓에 관객들은 잘 보이지 않았고, 생각보다 음악도 크게 들리지 않았다. 쿵쿵거리는 박자만이 마치 나의 심장소리인양 느껴졌다. 그래도 그간의 연습으로 인해 서로의 구령에 의지할 수 있었고,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동작 하나 하나에 열의를 쏟았다. 관중석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함성소리에 순간 전율을 느꼈다. 하지만 첫 번째 곡이 음향문제로 인해 잠시 멈췄다 다시 틀어짐으로써 음악과 우리의 박자가 엉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입을 모아 구령을 외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우리가 지난 삼 주 간 헛고생을 한건 아니구나 하고 느껴졌다. 첫 번째 곡이 그렇게 지나가고 우리의 하이라이트 마왕이 흘러나왔다. 가장 걱정했던 옷 뜯기는 현란한 조명 덕에 잘 지나갔지만 퍼포먼스를 모두 끝내고 난후 ‘이제 끝났구나’ 하는 후련함과 함께 아까 엉킨 박자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모두가 아쉬워하고, 몇몇은 그 아쉬움에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런데 그 때 우리에게 다시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아까의 음향문제 때문에 다시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다시 할 수 있다!’. 첫번째 퍼포먼스후 그 아쉬움에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문득 다시해서 망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래도 결론은 우리의 지난 삼주를 우리의 잘못도 아닌 음악 때문에 허무하게 마무리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다시 주어진 기회. 다시 올라선 무대에서 우린 우리의 하나 된 목소리로 있는 힘껏 구령을 외쳤다. 가슴이 벅차다는걸 퍼포먼스를 하는 그 3분 동안 흠뻑 느낀 듯 했다. 노래가 끝나고 조명이 꺼진 그 몇초.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우리에겐 서로의 땀냄새와 숨소리밖에 안 느껴졌다. 정말 끝났구나! 우리들과 선배님들 모두 체육관이 떠나갈것 처럼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왔다. 멋지게 해냈다는 그 사실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길고도 짧았던 삼주간의 힘들었던 그 모든 것이 우리의 환호성과 함께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퍼포먼스 공연들이 모두 끝나고 우리과는 지하 2층에서 금공인의 고기파티를 벌였다. 그리고 조형인의 밤. 그때는 과로 나뉘지 않고 모두가 조형인 이라는 하나된 마음으로 잊지못할 밤을 보냈다. 2008년 5월 10일 퍼포먼스, 하나의 공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 그것의 위력을 실감한 그날, 그날 하루는 영원히 가슴속에 새겨져 있을 것 같다.
1학년 이건희 이기쁨 이민희 강민지